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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동성 커플 축복’ 공식 승인

교황청이 동성 커플에 대한 정규 미사 시간 외 축복을 공식 승인했다.   18일 교황청은 바티칸 뉴스 ‘간청하는 믿음’을 통해 두 사람이 축복을 요구하면 그 관계가 불완전하더라도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결혼은 이성간의 결합임을 명시함으로써, 동성 커플의 결혼을 축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까지는 승인한 것으로, 가톨릭교회의 전통을 뒤집은 것이다.   교황청은 선언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해를 넓히며, 동성 커플의 지위를 공식 확인·요구하지 않고 축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교회의 정규 의식이나 미사 중 주재하는 것은 안 된다.   교황청 교리성은 “축복은 하느님이 모든 이를 환영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교리성은 “사제는 개개인의 경우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며 “축복을 통해 하느님의 도움을 구하는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교회가 접근하는 것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가톨릭교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상에 따라 축복이 무엇인지 이해를 확대, 풍부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동성 커플 등 ‘규정에 어긋나는 커플’을 공식 인정하거나 결혼 관련 교리를 바꾸지 않고도 축복하는 게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앞서 교황은 동성 결합이 이성간의 결혼과 혼선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두고 사제들이 판단해 동성 결합을 축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때문에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공식 승인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제기됐다.   이에 보수 성향 추기경들이 ‘동성 결합 축복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일치하는지’ 묻는 서한을 보냈고, 교황은 ‘결혼은 이성간의 결합에 제한한다’고 선을 그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교황 커플 교황청 교리성은 공식 승인 프란치스코 교황

2023-12-18

[수필] 교황님의 ‘목걸이’

성 비오 10세 교황은 생전에 전임 교황으로부터 물려받은 값비싼 십자가 목걸이를 걸고 계셨다고 한다. 각종 보석으로 장식된 화려한 교황 좌 상징 목걸이였다. 그리스도와 순교자의 피의 상징인 교황의 빨간색 가죽신과 함께 교황의 상징으로 전수되어온 교황 좌의 전통(패션)이었다.                             1903년 257대 교황으로 선출된 비오 10세는 원래 성인소리를 들을 만큼 뛰어난 영성과 심령이 선하고 겸손한 성품의 소유자로 유명했다. 그런 만큼 사람 중에는 왜 그런 교황이 주인이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가난하게 살지 않고 저런 값비싼 보석 십자가를 걸고 계실까 하는 의문을 갖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비오 10세 교황 서거 후 그 보석 목걸이를 감정해보니 놀랍게도 그게 모조 보석 목걸이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비오 10세 교황은 생전 아무도 모르게 비싼 보석 십자가 목걸이를 팔아 가난한 이들과 고아를 돕는데 기부하셨다는 것이다. 교황이 된 후 비밀리에 보석상에게 부탁해 값비싼 목거리를 팔고, 대신 똑같은 모조품을 제작해 목에 걸고 다녔음이 보석상의 입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비오 10세 교황의 이런 일화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처럼 눈에 보이는 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매도하기까지 하는 일이 흔한 상황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그런데 그로부터 100여년의 세월이 흐른 2013년 3월 13일,  이제는 아예 모조 보석 십자가 목걸이마저 거부한 교황이 탄생했다. 그분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Jorge Mario Bergolio) 라는 본명을 지닌 266대 현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전임 베네딕토 16세가 건강상 이유로 갑자기 사임함에 따라 선출된 교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식 때부터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동안 사용되어온 모조 보석 황금 십자가의 교황 목걸이를 거부하고, 자신이 1992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의 보좌주교로 임명됐을 때부터 사용해온 ‘철제 십자가’ 목걸이를 교황 좌 목걸이로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교황권의 상징인 ‘어부의 반지’ 조차도 지금까지 사용해온 순금 대신 도금한 은반지로 교체했다.       로마의 귀금속 세공업자인 파올로 피시오티는 “교황께서 금 등 귀한 보석을 포기한 것은 종교적 권위보다는 겸손과 가난함을 사랑하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교황의 붉은색 전통 가죽 신발마저 거부하고 콘클라베 참석차 로마로 떠날 때는 자신의 구멍 난 신발을 보고 친구가 사줬다는 검은색 구두를 계속 고집한 것을 보면 그분이 왜 ‘빈자의 대부’라 불린지 짐작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겸손하고 가난한 영성과 삶은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자신의 교황 명으로 선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성서의 말씀대로 이 세상은 ‘인간과 악령’의 싸움터다. 원래 마귀와 사탄은 하늘에 사는 천사중 인간을 사랑하는 하느님의 계획을 알고 인간을 시기한 나머지 교만해져서 하느님께 반역을 일으켜 쫓겨난 악령들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인간을 파멸시켜 영원한 지옥 불에 떨어뜨리려는 일념으로 인간에게 죽기 살기의 영적 싸움을 걸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인간 눈으로 볼 수 없는 힘센 영적존재이기에  ‘적을 알고 싸워야 백전백승’인 병법의 원리로 보면 인간이 여간 불리한 게 아니다. 다행히도 하느님께 반역한 사탄과는 달리, 인간인 라자렛의 16세 동정 ‘마리아’가 율법의 돌에 맞아 죽을 것을 각오하고 ‘저는 하느님의 종이 오니, 당신 뜻대로 이루어 주소서’ 하느님께 순명한 겸손 때문에 성령의 힘으로 인간이 되어 이 땅에 오신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귀와의 싸움에서 인간을 구원해 내신 것이다. 그래서 겸손은 마귀와 대적하는 영적 싸움에서 인간이 보유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무기라는 생각이다.   마지막 때가 가까워질수록 먹이를 찾아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악령과 사탄이 발악하는 이 시대에, 낮은 데로 마음을 두는 교황님들의 가난한 심령이 그래서 나는 더욱 좋다. 김재동 / 수필가수필 목걸이 교황 교황 목걸이 보석 목걸이 프란치스코 교황

2023-09-28

[이 아침에] ‘새사람’

새로운 한해가 찾아왔다. 지난 한해가 또다시 과거의 발자취로 남게 됐다. 찾아온 새해는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새로운 시작이며, 앞으로 걸어야 할 미래의 첫 발걸음이 시작되는 미지의 세계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저마다 ‘꿈’을 꾼다. 꿈이란 어찌 보면 마음을 추스르는 맘다짐이다. 잠에서 깨어나 두 팔을 펼쳐 기지개를 켜는 용트림과 같다. ‘그래~,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보는 거야!’ 하는 스스로의 마음 다짐이다. 그래서 한해의 시작은 꿈이 움트는 은총의 순간이다. ‘새사람’ 되고 싶은 심령의 울림이다. 마음의 눈을 비비고 새로운 삶을 바라다보며 약간은 두렵지만,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싶은 갈증이 인다. 이게 바로 저마다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의지’의 특권이다. 갈증이 일 때 물을 찾아 나서는 스스로의 결심, 그래서 인간은 새로워질 수 있다.     새사람이 되는 첫 단계 작업은 가지치기다. 꽃나무도 가지가 죽고 시들어 바람이 통할 수 없으면 꽃을 피울 수 없다. 가지치기를 제대로 해주어야 꽃도 탐스럽게 피고 튼튼한 열매도 맺는다. 겉모습만 좋게 하다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들어 잘라내야 할 부분도 가지치기가 어려워진다. 그것 또한 탐욕이다. 그러다 보면 바람도 잘 안 통하고 비바람에도 견디기 힘들어 쉽게 시들고 과일도 여물기 전에 떨어져 버린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고집과 편견, 집착과 오만을 잘라내 주지 않으면 삶이 시들어간다. 탐욕과 욕심을 가지 쳐 주지 않으면 인간성이 망가져 가게 되어 있다. 감사를 모르면 매사가 불만투성이어서 안하무인이 되기 쉽다. 불쌍한 사람이나 장애인이 보여도 연민의 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돌심장이 되어버린 탓이다. 치료는 오직 한가지뿐이다. 삶의 가지를 쳐주는 길이다.     삶에서 가지치기는 회개를 의미한다. 회개는 그동안 잘못 걸어온 길에서 되돌아서는 결단이다. 미적거리지 않고 잘못된 습관을 썩은 가지 잘라내듯 미련 없이 끊어내는 작업을 의미한다. 악의 길에서 선의 길로 들어서는 가치의 전환이 바로 삶의 가지치기다.     포기하지 않는 한, 꿈은 이루어진다. 새사람이 되는 다음 단계는 ‘넘어지면 일어나라’다. 사람은 누구든지 넘어질 때가 생긴다. 실수하지 않는 삶은 없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다.  단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사람과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 가장 좋은 예가 바로 베드로와 유다의 경우다. 똑같이 예수를 배반했지만, 베드로는 회개하고 일어나 하늘문을 여닫는 수제자가 됐지만 유다는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자포자기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됐다.   최근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신이 시작하면, 세상도 시작한다”고 하시면서, 우리가 ‘새 사람’이 되는 것에 용감하게 도전하기를 권장했다.     성서에서 ‘새 사람은 올바르고 거룩한 진리의 생활을 사는 사람’이라 했다.(에페소서 4:24) 새로 맞이한 한해가 우리 모두에게 ‘새 사람’으로 거듭난, 아름다운 인생의 꽃이 피는 축복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Happy New year! 김재동 / 가톨릭 종신부제이 아침에 새사람 지난 한해 프란치스코 교황 고집과 편견

2023-01-02

카터 북한 방문 공식 발표

지미 카터(93·사진)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방북 의사를 밝혔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조지아 주 플레인스의 자택에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모린 다우드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에 도발적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나 역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장례식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만약 내가 필요하다면 (북한을 방문) 할 수 있다(available)고 (방북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카터 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자신의 방북으로 북핵 동결과 남북 정상회담을 끌어낸 경험을 통해 다시 한 번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데 대해 "우리는 북한, 특히 김정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엄청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 내가 아는 한 김정은은 지금까지 한 번도 중국에 가본 적이 없다. 그들(김정은과 중국)은 관계가 없다. (반면) 김정일은 중국에 다녀왔고, 중국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고 설명했다. 그의 방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한다. 정용수 기자

2017-10-22

카터 "방북 의사, 맥매스터에게 전달"

지미 카터(93.사진)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방북 의사를 밝혔다. 카터 전 대통령은 21일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자택에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모린 다우드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에 도발적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나 역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장례식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만약 내가 필요하다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available)고 (방북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국 내 대북 소식통인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와 만나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방북을 추진키로 했다. 이후 카터 대통령은 워싱턴 포스트에 특사 파견을 강조하는 기고를 하고, 박 교수를 통해 북한에도 방북 의사를 전달해 놓았다. 〈본지 10월 9일자 A-1면> 카터 전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데 대해 "우리는 북한, 특히 김정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엄청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 내가 아는 한 김정은은 지금까지 한 번도 중국에 가본 적이 없다. 그들(김정은과 중국)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보다 예측불가능하다"며 "만약 트럼프가 자신에 대해 공격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김정은이) 선제적으로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2017-10-22

카터 "현 상황 두려워…북한 가겠다"

'한반도 위기 해결사'를 자처해온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사진·93)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방북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북한을 전격 방문해 북미 협상의 물꼬를 마련했고, 2010년 2차 방북에서는 억류 미국인의 사면을 끌어내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22일 뉴욕타임스(NYT) '선데이리뷰' 인터뷰에서 북한을 방문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말에 "그렇다, 갈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측의 거친 설전에 대해선 "나 역시 이 상황이 두렵다"면서 "그들이 무슨 일을 할지 모르겠다. 그들이 각자 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은 이제 한반도와 일본, 태평양에 떨어져 있는 우리 영토, 어쩌면 미 본토까지도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선된 핵무기를 가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부친(김정일)보다 더 신경과민 상태이고 예측이 어려워 훨씬 불안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동을 취할 것으로 판단하면 선제조치를 단행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특히 김정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몹시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과도한 '중국 역할론'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내가 알기로는 김정은은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고, 그들은 아무런 관계도 맺고 있지 않다"면서 "김정일은 중국에 갔었고 무척 가깝게 지냈다"고 설명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가까운 사이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통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를 돕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으나 부정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맥매스터 보좌관에게 '필요하다면 나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현재까지 '카터 방북'에 대해서는 부정적 기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연합]

2017-10-22

93세 카터 방북 추진 … 김정은과 면담 희망

북한에도 전달 … 평양 아직 답 안해 트럼프 의중, 북한 추가 도발 변수 지미 카터(93·사진) 전 대통령이 북·미 간 메신저 역할을 하기 위해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고 최근 그를 만난 박한식(78) 조지아대 명예교수가 8일 전했다. 북한 전문가인 박 교수는 지난달 28일 조지아주 섬터 카운티 플레인스에 있는 카터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그를 면담했다. <관계기사 본국지> 박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카터 전 대통령이 1994년처럼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건설적인 역할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이 평안북도 영변의 북한 핵시설을 정밀 타격하려는 계획을 세우면서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94년 6월 전격 방북해 극적인 반전을 끌어냈다. 당시 서울을 거쳐 판문점을 통해 방북한 그는 김일성 주석을 만나 핵 개발 동결을 약속받았다. 그의 방북은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 등의 핵 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경수로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북·미 제네바합의(94년 10월)로 이어졌다. 그는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 간의 남북 정상회담도 주선했으나 94년 7월 8일 김 주석이 사망하는 바람에 실현되지는 못했다. 94년 북핵 위기를 넘기는 데 막전막후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던 그가 23년 만에 다시 한번 북핵 문제의 해결사로 나서고 싶다는 뜻이 확고하다고 박 교수는 전했다. 박 교수는 "카터 전 대통령은 방북이 이뤄질 경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북한의 완전한 핵 동결을 협의하고, 항구적인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며 "한반도에서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방북 경험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근 카터 전 대통령이 언론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 정부의 특사 파견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워싱턴포스트지에 기고한 '내가 북한 지도자에게서 알아낸 것'이란 글에서 "북한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이나 좀 더 강력한 경제제재 등은 현재의 위기를 끝낼 즉각적인 길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북한에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기고문에 자신이 방북하겠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본인의 방북 희망 의사를 담은 것이었으며, 박 교수는 카터 전 대통령이 기고문을 쓰게 된 배경과 방북 의사 등을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답을 보내오지 않은 상태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실현되기까지는 다른 변수도 남아 있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군사적 행동을 암시하면서 지난달 1일부터 자국민의 방북을 금지하고 있다. 김정은이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도 악재다. 최근 방북했던 러시아 의원 대표단은 지난 6일 "북한이 미국 서해안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2017-10-08

93세 카터 방북 추진 김정은과 면담 희망

지미 카터(93.사진) 전 대통령이 북.미 간 메신저 역할을 하기 위해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고 최근 그를 만난 박한식(78) 조지아대 명예교수가 8일 전했다. 북한 전문가인 박 교수는 지난달 28일 조지아주 섬터카운티 플레인스에 있는 카터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그를 면담했다. 〈관계기사 한국판> 박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카터 전 대통령이 1994년처럼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건설적인 역할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이 평안북도 영변의 북한 핵시설을 정밀 타격하려는 계획을 세우면서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94년 6월 전격 방북해 극적인 반전을 끌어냈다. 당시 서울을 거쳐 판문점을 통해 방북한 그는 김일성 주석을 만나 핵 개발 동결을 약속받았다. 그의 방북은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 등의 핵 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경수로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북.미 제네바합의(94년 10월)로 이어졌다. 그는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 간의 남북 정상회담도 주선했으나 94년 7월 8일 김 주석이 사망하는 바람에 실현되지는 못했다. 94년 북핵 위기를 넘기는 데 막전막후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던 그가 23년 만에 다시 한번 북핵 문제의 해결사로 나서고 싶다는 뜻이 확고하다고 박 교수는 전했다. 박 교수는 "카터 전 대통령은 방북이 이뤄질 경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북한의 완전한 핵 동결을 협의하고, 항구적인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며 "한반도에서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방북 경험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근 카터 전 대통령이 언론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 정부의 특사 파견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워싱턴포스트지에 기고한 '내가 북한 지도자에게서 알아낸 것'이란 글에서 "북한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이나 좀 더 강력한 경제제재 등은 현재의 위기를 끝낼 즉각적인 길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북한에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기고문에 자신이 방북하겠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본인의 방북 희망 의사를 담은 것이었으며, 박 교수는 카터 전 대통령이 기고문을 쓰게 된 배경과 방북 의사 등을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답을 보내오지 않은 상태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실현되기까지는 다른 변수도 남아 있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군사적 행동을 암시하면서 미국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자국민의 방북을 금지하고 있다. 김정은이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도 악재다. 최근 방북했던 러시아 의원 대표단은 지난 6일 "북한이 미국 서해안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정용수 기자

2017-10-08

“영적 치매” “장례식 표정”…교황 ‘바티칸 15개 질병’ 질타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은 가톨릭 최대의 ‘명절’이다. 축하와 덕담이 넘쳐나는 시기다. 교황청도 예외는 아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2일 이를 바꿔놓았다. 그는 이날 16세기 프레스코화가 가득한 바티칸의 클레멘타인홀에서 교황청 내 기관에서 근무하는 추기경·주교·사제 등을 강하게 질타했다. 언론들이 “준엄한 비판”(영국 가디언)이라고 썼을 정도다. 교황은 먼저 “교황청을 전세계 교회의 작은 모델이자 하나의 ‘몸’(신체)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곤 교황청이 15가지 질병에 걸려있다고 진단했다. 이 과정에서 ‘영적 치매’ ‘정신분열증’ ‘장례식에 간 듯한 얼굴’ 등의 다채로운 수사를 동원했다. 교황은 “불사(不死)의 존재로 병에도 안 걸리며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자기도취부터 지적했다. “자기 비판과 자기 갱신, 자기 혁신이 없는 교황청은 병든 육체”란 이유에서다. 교황은 또 영적·정신적으로 경직되는 것 또한 질병으로 꼽았다. “우는 사람과 함께 울고 즐거워하는 이와 함께 축하해야 하는 인간으로서 감성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제들이 신과의 만남을 잊는 걸 영적 치매로 규정하며 “이곳 그리고 바로 지금만 생각한다. 자신의 열정·변덕·광기에만 의존한다. 주변에 담을 쌓고 자신의 손으로 만든 우상의 노예가 된다”고 진단했다. 지위 고하를 나타내는 제의(祭衣)의 색깔과 존칭, 외양을 삶의 1차적 목표로 삼는 듯한 태도도 우려했다. 교황이 ‘존재론적 정신분열증’이라고 명명한 병도 있다. 이중생활·위선 등이다. 교황은 “영적 빈곤함과 진부함의 전형적 모습”이라며 “이런 질환에 걸리면 목회자로서의 봉사를 포기하고 관료적인 일에만 몰두하며 실제 사람들과의 접촉을 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례식에 간 듯한 우울하고 딱딱한 표정은 가톨릭 신도는 물론이고 행정 조직과 교구 등 개인과 조직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말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십’을 테러에 빗댔다. 그는 “직접적으로 말할 용기가 없는 겁쟁이들이 사람들 뒤에서 말한다”며 “험담은 사탄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했다. 또 전체보다는 파벌의 이익을 우선하는 태도는 ‘암’으로 비유했다. “구성원을 노예로 만들고 (조직의) 균형을 깬다”는 의미에서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2012년 교황청 집사가 기밀 문서를 폭로한 사건에 대해 전임 교황 베네딕토16세가 3명의 측근 추기경들에게 밀령을 내려 진상 조사를 한 결과 때문일 것”이라 분석했다. “조사단은 교황청의 권력 투쟁과 음해 등 온갖 비리를 조사했으며 그 결과는 두 명의 교황만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조직이나 조직원들에게도 적용될 법한 얘기도 했다. “일만 열심히 하지 말라”거나 “계획을 지나치게 꼼꼼하게 세우는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보스에 대한 지나친 찬미도, 과도한 물질적 추구도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바티칸의 관료주의에 물들지 않은 프란치스코 교황으로선 교황청의 개혁이 더 절실한 과제일 수 있다. 더욱이 교황이 올해 이혼·동성애 등 가족 이슈에서 교회가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가 오히려 반발만 사고 물러난 일이 있었다. 당시 바티칸 주변에선 “바티칸 내 일부 전통주의자들의 저항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날 발언을 일종의 ‘개혁 연두교서’ 쯤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바티칸 전문가인 카를로 마로니는 “교황청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하겠다는 교황의 성명서”라며 “개혁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교황의 의도, 원칙들은 제시했다”(뉴욕타임스)고 평가했다. 이날 교황청 인사들은 대개 어두운 표정이었고 연설 후에도 아주 어색하게 박수를 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2014-12-23

교황 "교황청 관리들 '영적 치매' 걸려" 질타

프란치스코(사진) 교황이 바티칸 관리들이 탐욕과 오만함, 위선적인 이중생활과 냉담함이라는 정신병을 앓고 있다며 속죄하고 병을 고치라고 일갈했다. 성탄절 축사를 기대하며 자리에 앉아있던 바티칸 고위 관리들이 당황했음은 물론 교황의 신랄한 비판에 세상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교황은 22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바티칸 클레멘타인 홀에서 교황청에 근무하는 추기경, 주교, 사제 등에게 행한 연설에서 "자신을 비판할 줄 모르는 교황청은 병에 걸린 몸과 같다"며 교황청 관리들이 15가지의 심각한 정신적 질병에 걸렸다고 대놓고 질타했다. 교황은 "슬픔에 빠진 사람들과 함께 울고 기뻐하는 사람들과 함께 환희를 느껴야 한다"며 그러나 "일부 관리들은 자기가 다른 사람이나 모든 존재보다 우월하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며 관리들의 오만함과 냉담함을 지적했다. 교황은 또 교황청 전임 국무원장으로 막강 권력을 휘두르며 고급 펜트하우스를 소유하고 바티칸 은행 돈을 횡령했다가 최근 물러난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을 겨냥해 "젊은 예수회 소속 신부가 간단한 짐과 책만 싸서 이사했던 것을 기억하는데 이것이 오래된 예수회 신부가 보여줬어야 할 모범이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물욕, 권력욕, 명예욕을 경계하라고 일갈했다. 교황은 관리들의 탐욕은 모든 권력이 교황청의 권력 일부를 전세계 가톨릭 주교들에게 나눠줌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 수 있다고 말해 교황청 개혁에 더욱더 박차를 가할 것임을 예고했다. 교황이 알츠하이머, 정신분열증까지 언급하며 교황청 관리들을 질타하는 연설을 마치자 심각한 얼굴의 추기경들은 어색한 박수로 연설에 답했다. 교황은 지난해 3월 즉위 이후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져 왔던 바티칸은행 개혁작업에 착수했으며 교황청의 행정 개혁을 위한 자문팀도 임명했다.

2014-12-22

프란치스코 교황 "젊은이여, 결코 희망 뺏기지 말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현대사회의 물질주의 풍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한 자리에서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30여 명도 참석했다. 미사 직전 유가족이 건네준 노란 리본이 교황의 왼쪽 가슴에 달려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고 말했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회개’와 ‘관심’을 제안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새롭게 회개해야 하고,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와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교황은 이어서 젊은이를 걱정했다. “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찾고, 결코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 젊은이들을 둘러보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망’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 자본주의의 탐욕과 빈부의 양극화를 비판해 왔다. 교황이 추기경이던 시절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아르헨티나의 문한림 주교는 “교황님의 이런 메시지 밑에 흐르는 것은 남미 해방신학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휴머니티이자 그리스도의 사랑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을 거부하기를 빈다.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인간을 뜻함)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빈다”고도 했다.  이 같은 언급에 대해 한국을 찾은 바티칸 출입기자들은 “수위가 높은 발언”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톨릭 매체인 CIC의 요하네스 쉬델코 기자는 “교황이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드는 현대의 경제에 비판적 시각을 가졌고 ‘죽음의 문화’란 표현을 자주 쓴다”며 “그렇지만 맞서 싸우거나 거부하란 표현은 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인 현실이 10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는 설명을 듣자 미국의 가톨릭 전문 통신사 겸 방송사인 CNA·EWTN의 뉴스 프로듀서인 앤디 홀든은 “이제야 교황의 발언이 이해가 된다”며 “교황이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황수행기자단=고정애 특파원, 백성호·김호정 기자

2014-08-15

교황 대전 미사 집전…"가난하고 힘없는 이에게 관심 가져야"

방한 이틀째인 15일 오전(한국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5만여 명이 운집한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했다. 전날 밤부터 내리던 비도 이날 새벽녘에는 그쳐, 참석자들에게는 큰 축복으로 받아 들여졌다. 교황도 미사를 통해 성모님의 은총을 간구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물질주의의 유혹을 이기고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며 "인간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자"고 말했다. 교황은 또, "고귀한 전통을 물려받은 한국 천주교인으로서 여러분은 유산의 가치를 높이고, 미래 세대에 전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회개하고, 가난하고 궁핍하고 힘없는 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가 하느님 자녀들의 자유를 누리며 기뻐할 수 있도록, 그 자유를 지혜롭게 사용하여 형제자매를 섬길 수 있도록, 그리고 다스림이 곧 섬김인 영원한 나라에서 완성될 수 있도록, 성모님의 은총을 간청하자"며 강론을 마쳤다. 이날 미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교황의 방한 첫 미사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은 이른 새벽부터 행사장으로 몰려 들었다. 참가자 입장은 새벽 4시부터 시작됐고 3시간 여 만에 그라운드 좌석을 비롯한 4층 관중석까지 꽉 들어찼다. 보조경기장에 마련된 외부 관람석 1500석도 미사가 열리기 2시간 전까지는 입장이 완료됐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미처 행사장 입장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외부 관람석에 마련된 대형스크린을 통해 교황의 미사 내용을 경청했다. 이날 참가자 중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대표들이 다수 참석했다. 한국 천주교회 건의에 따라 교황청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더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결정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한편, 교황은 이날 대전교구 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에서 만든 제의를 입고 미사를 드렸다.

2014-08-14

돈이 도네요…고마워요, 프란치스코

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광 효과'가 얼어붙은 한국의 내수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교황의 동선에 있는 호텔·식당은 벌써 예약이 꽉 차고, 교황과 연관한 상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교황님 덕분에 요즘은 매일 만석이에유." 15일 교황이 방문할 예정인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솔뫼성지' 근처 식당의 이계연(59) 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단체 손님이 500~600명씩 취소되는 바람에 참 힘들었다"며 "교황 방문 소식이 알려지면서 최근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하루 매출 160만원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준비한 꺼먹지(소금에 절인 무청을 들기름에 볶은 당진 향토음식)가 다 떨어질 정도"라며 기뻐했다. 관광객 뿐 아니라 교황이 참석할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를 준비하러 당진에 온 인력도 1000명에 이른다. 당진시청 문화관광과 김민상 주무관은 "교황 방한 행사 덕에 사람이 몰리면서 자연스레 지역 경기에 활력이 돈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 주위도 들썩이고 있다. 16일 이 곳에서 열리는 시복미사에 약 100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편의점 GS25 관계자는 "광화문 근처 점포의 음료·먹거리 물량을 평소의 20배 정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점가에도 '교황 열풍'이다. 광화문 교보문고는 교황의 사진을 넣은 입간판을 내걸고 관련 서적 코너를 따로 만들었다. 교보문고는 "교황관련 서적이 5월만 해도 153권 밖에 안팔렸는데 지난달에는 4000권 넘게 판매됐다"고 밝혔다. 두 달 만에 26배가 된 것이다. '교황 마케팅'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기아차의 1600cc급 '쏘울'이 교황 의전차량으로 선정됐지만 적극적인 마케팅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교 지도자의 방문을 월드컵 때와 같이 마케팅으로 연관짓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박미소 기자

2014-08-13

"한반도에 평화·화해 열리길" 첫 일성

○…14일 오전 전세기편(셰퍼드 원)으로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항은 영접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환영을 받았다. 전세기 트랩에서 내린 교황은 박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했다. 박 대통령은 "교황님의 방문이 우리 국민에게 따듯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 또,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를 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감사하다. 한국을 방문하게 돼 기쁘다. 아르헨티나 방문 때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한인들과도 좋은 관계를 가졌었다"고 말한 뒤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길 바란다"고 했다. ○…박 대통령과의 인사를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중나온 청와대 공직자와 한국 주교단, 평신도, 탈북동포 대표, 세월호 유가족 등과도 밝은 표정으로 일일이 악수를 했다. 평신도들과 인사를 하던 중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소개받자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며 위로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단 외에 평신도 대표 32명이 교황을 맞이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4명), 새터민(2명), 이주노동자(2명), 범죄피해자 가족모임인 해밀(2명), 가톨릭노동청년(2명), 장애인(보호자 포함 2명), 시복대상자 후손(2명), 외국인 선교사(2명), 수도자 대표(2명), 중고생(4명), 노인대표(2명), 화동(2명)과 보호자(2명) 등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유가족으로는 고 남윤철 단원고 교사의 아버지 남수현씨와 부인 송경옥씨, 사제의 길을 꿈꾸던 예비신학생 고 박성호(단원고 2)의 아버지 박윤오(50)씨, 일반인 희생자 고 정원재의 부인 김봉희(58)씨 등 4명이 교황을 만났다. ○…화동들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공항에서의 간단한 환영 행사를 끝낸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아자동차가 준비한 1600cc 준중형급 박스카 '쏘울'을 타고 궁정동의 주한교황청대사관으로 향했다. 교황청대사관에서 개인미사를 집전한 교황은 오후에는 청와대, 공식 환영식 및 대통령 예방, 청와대 충무홀에서의 주요 공직자들과의 만남,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 주교단과 만남을 가졌다. 교황은 박 대통령과의 면담 후엔 영빈관에서 연설을 했다. ○…올해 78살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5일간 방한 일정 중 100시간을 30분 단위로 쪼개 강행군을 한다.

2014-08-13

'소박하지만 성스런 방문'…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도착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사적인 한국 방문이 시작됐다. 14일 오전 10시16분(한국시간) 성남 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이날 영접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새터민(탈북자) 대표 등도 함께 했다. 교황은 18일까지 약 100시간에 걸친 일정동안 아시아청년대회 참석, 광화문 시복미사 집전, 꽃동네 방문,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집전, 세월호 유가족 및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만남, 쌍용차 해고자 및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과의 만남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게 된다. 이번 교황의 방한은 즉위 이후 첫 아시아 방문이다. 이례적으로 순방이 아닌 한국 단독방문으로 결정한 것은 교황의 뜻을 전달하기에 가장 상징적인 나라가 한국이라는 점이 감안됐다고 교황청은 전하고 있다. 1989년 교황 바오로 2세의 방한 이후 25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방한에서 교황은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특히 청년들을 격려하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질 것이라고 교황청은 밝히고 있다. 교황의 한국으로의 여정은 시작부터 소박했다. 알리탈리아항공에서 빌린 에어버스 330 전세기로 한국을 찾은 교황은 일등석이 없는 비행기 맨 앞 줄 비즈니스 좌석에 앉아서 11시간 반 동안 비행기를 타고 왔다. 꽃다발 증정 등 의례적인 공항 환송행사도 교황의 사양으로 생략됐다. 한국에서는 교황청 대사관내 6평짜리 숙소에 머물며 아시아 청년 및 주교들과의 오찬을 제외한 식사는 교황청 대사관내에서 한다. 교황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올린 한글 메시지를 통해 "한국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며 한국과 아시아 전역을 위한 저의 기도에 동참해주시기를 부탁한다"며 인사를 건넸다. 교황의 방한 길에는 추기경과 주교, 주치의, 교황청 직원 등 28명이 동행했다.

2014-08-13

[생활속에서] 교황 특수

프란시스코 교황은 스스로 '교황'보다는 '로마 주교'로 불리길 더 좋아한다고 한다. 그는 가톨릭교회 역사상 세 번째 등장한 '개혁 교황'이란 말을 듣는다. 교황이 되기 전에는 '가난한 이웃의 벗'으로 불렸다고도 한다. 교황이 된 이후 행했던 여러 가지 파격적인 언행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대를 갖고 보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이분이 '해방신학'이란 말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침체돼있던 해방신학도 이분의 등장과 더불어 부활할 전망이다. 물론 이젠 상황이 달라졌으므로 해방신학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교황이 이달에 한국을 방문한다. 가톨릭교회가 들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개신교와 비기독교권도 깊은 관심을 갖고 그의 방한을 지켜보고 있다.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수장일뿐더러 한 나라의 수반이므로 그 자격으로도 많은 일정을 소화하겠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서, 특히 전임교황들과는 다른 개혁교황으로서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관심이 모아져 있다. 어떤 이는 방한 일정이 '가난한 이웃'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권력자들과의 만남 위주로 짜여 있다고 비판한다. 어쨌든 한국은 '교황 특수'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열풍이 불고 있다. 교황과 관련된 책도 수십 종이 출판됐다고 하니 그렇게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듯 싶다. 아직 방문하지도 않은 시점에 그 영향을 따지는 건 성급한 일이지만 그래도 이번 교황 방한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본다. 교황의 방한이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현 정부가 저지른 수많은 잘못에 '면죄부'를 주는 효과를 줄 것이란 예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교황은 한 국가의 수반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그보다는 전 세계 12억 가톨릭 인구의 정신적, 종교적 지도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의 방한을 추진했고 일정을 주관하는 한국가톨릭 지도자들의 보수 성향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가톨릭이건 개신교건 교회의 주체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시고 각 지체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활동하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인들이 아니던가. 교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기도로 무장해서 이번 교황의 방한을 '교회성'을 되찾는 기회로 만들면 될 것이다. 이번 교황 특수가 교회가 권력과 결탁하는 계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단순히 가톨릭 교인을 늘리는 기회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기회가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였던 나사렛 예수의 진정한 복음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 교황의 방한을 개신교인 들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어떤 식으로든 참여해야 하겠다. 곽건용 목사/ 향린교회 kwakgunyong@goodneighborhood.org

20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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